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진화한다.
이제 우리 가족의 진화가 필요하다. 더없이 위태로운 불량 가족이지만……
어쩌면 나는 마법에 걸린 피오나 공주일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불을 뿜어대는 용이랑 한 집에서 살기 때문이다. 그 용은, 바로 우리 가족이다. 팔순을 넘겼으면서도 따발총 같은 잔소리는 절대 늙지 않는 할매, 일본에서 여학교를 나왔다는 자부심 하나로 언제든 밥주걱을 쳐들고 큰소리 뻥뻥 친다. 쉬어 버린 밥처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쉰넷의 아빠. 기저귀를 차고 다니는 오빠, 나만 보면 욕을 쏟아대는 저주받은 입의 언니. 그리고 평생 주식만 하다 뇌가 고장나버린 삼촌.
그런데 도덕 꼴통이 기어이 끔찍한 숙제를 내주고야 말았다. 헐, 자서전을 쓰라고? 대상으로 뽑히면 재단 이사장한테 장학금을 준다나. 쉬는 시간 내내 머리를 책상에 쳐박았다. 우리 집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쓴다는 건 자타 공인 콩가루 집안을 광고하는 짓이자 판도라의 상자를 활짝 열어버리는 꼴이다. 그치만 코스튬플레이 캐릭터를 바꾸려면 장학금이 더없이 필요한데…
『불량 가족 레시피』는 청소년들의 부유하는 정체성과 가족해체, 계급·계층 간의 불균형 등을 화두로 삼은 문제적 소설이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자신이 동일화시켜야 할 ‘상징적 아버지’가 실업자로, 조기퇴직으로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안에서 안정적인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부유하며 살아야 하는 문제적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저자는 원조 콩가루 집안이라 할 수 있는 위태로운 한 가족의 사연을 옹골찬 입담으로 신랄하게 풀어낸다. 해체 직전에 놓인 이 가정에서 여울이는 자신의 삶, 그리고 가족들을 돌아보고 감싸안으며 비로소 가족이라는 둘레에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간다.